최근 중국에서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 이후 한국인이 처음 구속된 사건이 발생해, 해당 법의 세부 내용과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구속 사건은 한국인 교민 사회의 우려를 크게 증폭시키고 있으며, 중국 내 외국인들의 활동에 심각한 제한이 따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 반간첩법의 주요 내용
지난해 4월, 중국의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개정된 반간첩법은 기존의 5개장 40개 조항에서 6개장 71개 조항으로 크게 확대되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이 법은 형법상 간첩죄와 국가기밀누설죄의 하위 개념으로, 간첩 행위로 간주되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간첩 행위의 정의와 적용 범위의 확대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기밀 정보 및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한 문건·데이터 등의 정탐·취득·매수·불법 제공’이 간첩 행위에 포함되며, 중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제3국을 겨냥한 활동에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은 간첩 활동으로 간주되는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며, 중국 정부의 해석에 따라 적용이 다소 자의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안보기관의 권한 확대
개정된 법은 중국 국가안보기관의 권한도 대폭 강화했다. 해당 기관은 간첩 행위 혐의자에 대한 문서, 데이터, 자료, 물품의 열람 및 수거 권한을 가지며, 혐의자에 대한 신체·물품·장소 검사의 권한도 명시되었다. 또한 관련된 개인과 조직에게 협조 의무를 부과하여, 조사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한국 대사관의 주의 공지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주중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당부했다. “중국 국가안보 및 이익과 관련된 자료, 지도, 사진, 통계자료 등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행위, 보안통제구역 인접 지역에서의 촬영, 시위 현장 방문, 중국인에 대한 포교 및 선교 활동 등”이 주의해야 할 행위로 꼽혔다. 특히 중국 당국이 이러한 행위를 간첩 행위로 간주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한국인 첫 구속 사례…외국 기업과의 마찰 가능성
최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거주하는 50대 한국 교민 A씨가 지난해 말 간첩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수개월 전 정식 구속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수사 당국은 A씨가 중국의 한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관련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개정된 법의 첫 한국인 구속 사례로, 향후 한국과 중국 간의 외교적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개정법 시행 이후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로 인해 외국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가 급감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 당국의 외국인 투자 확대 노력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내 다른 구속 사례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 이후,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국적자의 구속 사례도 계속해서 보고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50세 중국 국적 여성이 간첩 혐의로 구금되었으며, 40년 동안 중국에서 근무한 영국인 기업가가 해외에 불법적으로 정보를 판매한 혐의로 올해 초 5년 형을 선고받았다.
법 적용의 자의성에 대한 우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개정된 반간첩법이 ‘안보’나 ‘국익’과 관련된 것을 규정하는 권한이 전적으로 중국 당국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법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한국 교민 사회에서도 이번 구속 사건을 계기로 법 적용이 임의적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중국 내 교민뿐 아니라 외국 국적자들에게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이 국제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