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거짓 선전에 속아 입북한 후 탈출한 재일교포들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는 북송 재일교포에 대한 북한의 인권 침해 사실을 대한민국 법원이 최초로 인정한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21단독 염우영 판사는 북송재일교포협회 이태경 대표 등 탈북민 5명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한 정부가 원고 1명당 1억 원씩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이태경 씨를 비롯한 원고들은 1960년대 북송 사업에 따라 일본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었으며, 북한 내에서 수십 년간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 이들은 1990~2000년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을 거친 후 탈북했다. 원고들은 북한의 거짓 선전에 속아 입북했으나 억류되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소장의 송달 주소가 뉴욕에 있는 북한 유엔 대표부로 지정되며 주목받았으나, 실제로 대표부에 소장이 전달되지 못해 공시송달로 재판이 진행됐다. 염 판사는 이날 “원고들이 해외 송달을 주장했으나 대법원 판례와 민사소송법에 따라 피고를 국내 법인으로 간주하고 국내 송달 절차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승소 판결 후 이태경 씨는 “재판에서 이긴 것은 기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남아 있는 재일교포 가족들도 북한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인권정보센터 관계자는 “북한의 자금이 발견되면 압류와 추심 등의 법적 조치를 통해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동원해 약 9만 3340명의 재일교포를 북한으로 입북시켰으며, 이들은 대부분 강제 노동과 인권 침해를 겪었다. 현재 약 500명의 북송 재일교포와 그 가족들이 탈북해 한국과 일본에 거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