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만덕산 자락에 자리한 백련사는 통일신라부터 고려와 조선을 거쳐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고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인 대흥사의 말사로, 한국 불교사에서 수행과 개혁 정신을 상징하는 사찰로 평가받는다. 백련사는 839년 신라 문성왕 때 선승 무염국사가 만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고려 후기인 1211년 원묘국사 요세가 이곳에서 불교계의 타락을 바로잡기 위한 ‘백련사 결사’를 시작하면서 역사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당시 결사는 수행과 실천을 중시하며 불교 본연의 정신 회복을 목표로 한 개혁운동으로, 고려 불교사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요세가 이끈 백련사 결사는 지방 향리와 일반 백성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며, 몽골 침입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민심을 결집하는 정신적 기반 역할도 수행했다. 불교의 사회적 실천과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 이 운동은 당시 수선사 결사와 함께 고려 불교를 대표하는 개혁운동으로 꼽힌다. 조선시대에도 백련사는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쳤다. 효령대군의 후원을 받아 사찰을 복원했으며, 1760년 대화재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됐지만 곧 중건이 이루어져 현재의 가람을 형성하게 됐다. 백련사는 다산 정약용과도 깊은 인연을 지닌다. 정약용은 강진 유배 시절 인근 다산초당에 머물며 백련사의 승려 혜장 등과 학문과 사상을 교류했다. 이 같은 교류는 실학과 불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오늘날 백련사는 아름다운 동백숲과 만덕산 자연경관 속에서 수행과 치유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고려 불교개혁의 정신,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학문적 발자취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서 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