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의 새로운 단계라며 전국적인 선택과목제 시행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인프라와 교원, 교육기자재가 평양에 집중된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정책이 전국 학생들에게 동일한 기회를 제공하기보다는 평양 중심의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신문은 23일 2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육정책을 집중 조명하며 선택과목제를 통해 중등교육을 세계 선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재를 조기에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문과·이과·예능·체육·기술반을 운영해 학생들의 적성과 개성을 살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북한의 교육 현실은 노동신문이 묘사하는 모습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것이 탈북민과 북한 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평양은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원과 교육시설, 과학실험실, 컴퓨터, 외국어 교육환경이 집중된 지역이다. 반면 지방의 상당수 학교는 실험기자재 부족은 물론 난방과 전력 공급 문제까지 겪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선택과목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면 과목 개설 자체가 어려운 지방 학교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과목을 운영하려면 분야별 전문교원 확보와 별도의 교육시설이 필요하지만 지방에서는 기본 교과 운영도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실시한 결과 학생들의 열의와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평가 자료나 학업 성취도, 지역별 운영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시범학교가 상대적으로 지원을 집중받은 학교였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북한이 강조하는 ‘교육의 평등’과 실제 교육환경 사이의 괴리도 지적된다.
평양 학생들은 외국어 교육과 정보기술 교육, 과학 분야 실험교육 등에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회를 누리는 반면 지방 학생들은 제한된 교과목과 부족한 교육자원 속에서 학습하고 있다는 증언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결국 선택과목제는 평양에서는 다양한 진로교육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지방에서는 운영 자체가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제도의 성공 여부는 정책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교원과 시설, 재정지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적인 교육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제도만 확대하면 오히려 지역 간 교육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교육을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평양과 지방의 교육 여건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새로운 교육정책은 결국 평양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평양 시민만의 리그’로 귀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