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사진과 영상,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평양의 모습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형 쇼핑시설과 놀이공원, 현대식 거리, 고급 승용차가 등장하면서 “북한도 이제는 잘 사는 나라가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모습은 북한의 일부 지역과 계층을 보여주는 것일 뿐,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수준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한다.
북한 경제는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했던 시기를 지나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북중 무역이 재개되고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확대되면서 산업 생산과 교역 규모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도 최근 북한 경제가 수년 만에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양의 변화는 가장 눈에 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수년간 평양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잇달아 건설했으며, 화성지구와 송화거리 등 새로운 신도시 개발을 추진했다. 대동강 주변에는 현대식 고층 건물이 들어섰고, 백화점과 음식점, 카페, 문화시설도 확충됐다. 스마트폰 보급도 크게 늘어나면서 도시 주민들의 소비문화 역시 과거보다 다양해졌다.
특히 시장경제 확산으로 부를 축적한 ‘돈주’ 계층과 무역 관련 종사자, 국가기관 간부들은 외제 승용차를 이용하거나 고급 소비재를 구매하는 등 과거와 비교해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평양에서는 수입 화장품과 의류,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평양과 일부 특권계층에 집중돼 있다. 지방 도시와 농촌의 현실은 크게 다르다. 상당수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의료서비스와 교통 인프라도 부족하다. 식량 사정 역시 지역별 편차가 크며, 주민들은 국가 배급보다 장마당을 통한 생계 유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경제가 확대되면서 빈부격차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일정한 자본을 가진 계층은 시장을 통해 소득을 늘릴 수 있지만 일반 노동자와 농촌 주민들의 실질 구매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식량 가격과 환율 변동으로 생활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도 북한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다. 광물 수출과 금융거래, 첨단기술 도입이 제한되면서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경제 협력 확대가 일부 외화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북한 경제 구조 자체를 바꿀 정도의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를 단순히 “잘 산다” 또는 “못 산다”는 이분법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평양의 도시 경관과 일부 계층의 소비생활은 분명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지만, 이를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제한적인 경제 회복과 도시 개발을 통해 외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주민 다수가 체감하는 생활 수준은 여전히 국제사회 평균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평양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는 지역 간 불균형과 계층 간 격차, 식량과 의료 문제 등 구조적인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북한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