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갈등이 노동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넘어 1980년대 운동권 계보와 민주노총 내부 권력구조 변화라는 측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민주노총은 핵심 지지세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탄력근로제 확대, 광주형 일자리 추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 차가 커지면서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당시 정부 인사들은 민주노총의 강경 투쟁 노선을 공개 비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계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부 노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 보수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갈등의 배경으로 운동권 시절부터 이어진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 계열의 역사적 흐름을 거론한다.
1980년대 학생운동 진영은 크게 NL과 PD로 나뉘어 성장했다. NL은 민족문제와 자주성을 우선 과제로 내세웠고, PD는 노동과 계급 문제를 중심에 두었다. 이후 NL 세력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을 거쳐 정치권과 노동계에 폭넓게 진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인사들 가운데도 전대협 출신을 포함한 NL 계열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러 참모진이 학생운동 경험을 공유한 인물들로 분류됐다.
민주노총 역시 창립 초기에는 PD 계열의 영향력이 강했지만 2000년대 들어 NL 성향의 국민파가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후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국민파가 주류를 형성해 왔다.
다만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국민파 외에도 중앙파와 현장파 등 다양한 정파가 공존해 왔다. 특히 현장 투쟁을 중시하는 현장파는 강경 노선을 유지하며 조직 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부와의 협상을 시도하더라도 현장 조직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2018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민주노총 임시 대의원대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오늘날 민주노총과 정부의 관계를 단순히 과거 운동권 계보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조직 노동 중심의 이해관계, 청년·비정규직 문제 등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노총과 진보정치권의 형성과정에서 NL·PD 계열이 차지했던 역사적 비중은 현재 노동운동과 정치권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