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이 5월 31일 도쿄에서 광주민중항쟁 46주년 집회를 열고 손형근 의장이 기조보고를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한국 진보운동 노선과 현실 인식에 대한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한통련 측은 군사정권과 극우세력에 대한 한국 민중의 승리, 민주화의 진전, 시민권 확대 등을 평가하면서도 국가보안법, 주한미군, 재벌체제, 한미동맹 등을 “미해결 과제”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에는 현실 정치와 국제정세에 대한 과도한 단순화와 시대착오적 접근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선 한국 사회를 여전히 “군사정권 잔재 청산”이라는 프레임 중심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의 민주주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이미 수차례 평화적 정권교체를 경험했고, 언론·시민사회·사법체계 역시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보수정당의 존재 자체를 “군사독재의 뿌리”로 환원하는 논리는 다원 민주주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평가도 있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근본 문제로 규정하는 시각 역시 국제안보 환경을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해석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중국·러시아 군사협력 확대 속에서 한미동맹은 한국 안보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주류 인식이다. 특히 한·미·일 군사협력을 단순한 “군사 대결 체제”로만 규정할 경우 북한 핵위협과 동북아 안보 불안정성에 대한 현실적 대응 논리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재벌 문제와 양극화 비판 역시 일정 부분 현실적 기반은 있으나, 한국 경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형성 과정 자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해석한다는 한계가 있다. 한국 경제는 반도체·배터리·자동차·문화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는 단순히 “재벌 체제의 폐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노인빈곤 문제는 구조적 과제이지만, 이를 반미·반재벌 중심의 운동 노선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특히 한통련의 인식은 1980~9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담론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냉전 종식 이후 변화한 국제질서, 북한 체제의 현실, 글로벌 공급망 경제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 운동권 문법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반미·반보수 중심 구호만으로는 대중적 확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 불안, 저출생, 주거 문제, 플랫폼 노동, 인공지능 산업 전환 같은 새로운 사회 의제를 중심으로 진보 담론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요구다.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는 군사독재에 맞선 민주주의와 시민 저항의 정신에 있다. 그러나 이를 현재 정치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이념 노선만을 정답처럼 제시할 경우 오히려 광주의 역사적 보편성을 좁힐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