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대남 적대성이 완화됐다고 평가한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불변의 적”으로 규정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 판단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국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정동영 장관은 지난 2월 24일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 노동당 당대회 동향을 보고하며 “북측의 적대성이 일정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대남·대미 메시지를 자제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2월 2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대회 총화 보고에서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규정했다.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 “불변의 주적” 등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유화적 태도는 기만극”이라며 남북 간 대화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통일부의 상황 인식과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식 입장이 정면으로 배치된 셈이다. 정부 내부 보고와 실제 북한 메시지 사이에 뚜렷한 괴리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책 판단의 현실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 의도를 이해하더라도 정책은 냉정한 현실에 기반해야 한다”며 “이미 북한의 적대 노선이 명확한 상황에서 상반된 해석이 나온 것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 이후 외교·안보 정책 주도권이 통일부에서 외교라인으로 이동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 공동제안국 참여를 결정했는데, 이는 통일부의 신중론과 달리 외교부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해당 결의 참여에 대해 “북한이 적대 정책으로 간주할 사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국제 공조 필요성을 이유로 참여를 확정했다.
정 장관의 보고 이후 대북 정책 기조를 둘러싼 정부 내부 균열과 판단 오류 논란이 동시에 불거지면서, 향후 대북 전략 전반에 대한 재점검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