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해 강경 대응을 강조해온 정부의 기조가 특정 국가를 상대로는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국민 보호 의지를 강조해온 발언과 실제 외교·사법 대응 사이 간극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캄보디아와 필리핀 사례에서 정부는 비교적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보였다. 캄보디아 내 범죄 조직을 겨냥해 전담 인력을 파견하고 현지 당국과 공조해 한국인 피해자를 구출했으며, 조직원 수십 명을 국내로 압송했다. 필리핀에서는 한국인 살해범을 현지 정부와 협의 끝에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정부는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반복하며 국민 보호 의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관련 사안에서는 대응 기조가 현저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천만 건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피의자가 중국으로 출국한 이후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으나, 범죄인 인도 절차 등 적극적 조치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한중 간 범죄인 인도 협정이 존재함에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점에서 대응 의지 부족 논란이 제기된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적자 문제 역시 장기간 해결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통일부에 따르면 선교사와 탈북민 등 최소 7명이 북한에 억류된 상태로, 일부는 10년 이상 수감 중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민 억류 문제를 정상외교 의제로 지속 제기해 성과를 낸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특히 일본은 납북자 문제를 장기간 핵심 외교 의제로 유지하며 국제사회 공조를 이어왔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자국민 억류 문제를 주요 협상 카드로 활용해왔다. 반면 한국은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채널에서 해당 사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대외 신뢰는 일관된 대응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특정 국가나 사안에 따라 대응 강도가 달라질 경우 외교적 메시지의 설득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국민 보호는 외교 관계와 별개로 최우선 가치로 설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서 정부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대응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