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면적 지지’를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재차 언급했지만, 외교 환경의 제약 속에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임기 안에 반드시 돌파구를 열겠다”며 “납치 피해자 귀환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회담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납치 문제를 국가 주권과 국민 생명에 직결된 사안으로 규정하고, 내각 출범 이후 관련 각료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며 해결 의지를 강조해온 흐름의 연장선이다.
미국과의 공조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북일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를 대북 협상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외교적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외교 일정의 변수는 이미 드러났다. 당초 일본 정부는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과 연계해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구상을 세웠지만, 중동 정세 악화로 일정이 연기되면서 전략적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교 당국 내부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의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1970~80년대 발생한 사건으로, 일본 정부는 17명을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일부 피해자가 귀환했지만,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는 북측이 사망을 주장하면서 진상 규명이 중단된 상태다. 이후 일본은 재조사를 요구해왔으나 북핵 문제와 맞물리며 협상은 장기 교착에 빠졌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북일 관계 정상화가 없다는 원칙을 세웠고,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이를 유지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를 넘어 가시적 성과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북한이 일본 측 제안에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장기 집권 기반을 활용해 직접 대북 외교에 나서며 ‘납치 문제 해결 총리’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 북핵 문제, 중동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국제 정세 속에서 단기간 내 성과를 도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피해자 가족들은 총리의 발언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질 구체적 외교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북일 간 직접 접촉 성사 여부와 이를 둘러싼 미국·중국의 역할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