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END 구상’(Exchange·Normalization·Denuclearization)에 대해 신중한 문제 제기를 내놨다. 그는 “이번 정부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민을 던진다”며 세 가지 지점을 짚었다.
우선 작명(네이밍) 자체의 한계를 지적했다. END라는 표현은 교류·정상화·비핵화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영어 단어 ‘End’가 가진 종말·끝이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오히려 구상의 진지함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유엔 무대에서 비전을 말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비현실적 내용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둘째, END의 각 요소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단계로 진행되는지 불분명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남북관계만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북미·북일 관계까지 포함하는 것 같지만, 교류·정상화·비핵화라는 세 축이 층위적으로 맞지 않고, 순서 또한 모호하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서 교류가 시작점이 될 수 있느냐”며 “비정상적인 현 상황을 관리하고 신뢰를 쌓아 정상화를 우선해야 교류가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셋째, 단계적 비핵화 구상 역시 현실적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중단-축소-폐기’라는 접근은 과거 6자회담의 ‘동결-불능화-폐기’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아 실질적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이번 연설에서 드러난 대통령의 민주주의 복귀 메시지와 평화에 대한 의지에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성공은 칭찬과 비판이 뒤섞인 지지 속에서 가능하다”며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건전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