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베이징 승전 80주년 열병식에 초청하면서도, 직전 방중한 이재명 대통령 특사단은 끝내 만나지 않았다. 이는 역대 5차례 한국 특사 파견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정상이 면담을 생략한 사례다.
이번 결정은 한미일 정상회담과 맞물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직접 미국과 일본을 찾았지만, 중국에는 특사를 보냈다. 같은 날 베이징에서 열린 접견 자리에서 시 주석은 한국 특사단 대신 러시아 하원의장을 맞이했다. 한국 특사단이 만난 최고위 인사는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중국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일정 겹침과 외교적 형식 논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사단 파견 자체가 늦어진 것도 부담을 키웠다. 박근혜·문재인 정부에 비해 시점이 뒤졌고, 12개국에 파견한 특사 가운데 가장 마지막이었다. 더구나 중국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준비와 열병식 행사에 집중하던 시점과 겹치면서 외교적 무게감이 떨어졌다.
특히 북한과의 대비가 선명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에 직접 참석하는 반면, 이 대통령은 불참한다. 이 차이는 중국이 남북을 대하는 온도 차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한국 특사단을 의전상 한 단계 낮춰 대우함으로써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이 한미일 공조에 기울었다는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이번 사례는 한국 정부가 특사 파견 시기와 형식을 보다 치밀하게 조율하지 않으면 중국의 외교적 메시지에 휘말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