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기층조직 간부들을 대상으로 ‘군중신고법’ 해설 교육을 실시하며 주민 상호 감시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당의 방침이나 최고지도자의 지시를 반복하던 기존 교육 방식과 달리, 법률 조항을 직접 제시하고 이를 상세히 설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평안남도 각 시·군 보위부는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초급단체 위원장과 인민반장, 지구반장 등을 소집해 ‘군중신고법의 요구를 잘 알고 신고 체계를 세우는데 떨쳐나설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준법 해설 모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보위부는 국가 안전, 당의 권위 훼손, 불법 정보 유포와 같은 행위를 최우선 신고 대상으로 규정하며 주민 신고를 생활화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교육 자료에는 군중신고법 제18조가 그대로 실려 있었으며, 국가 최고 지도부 신변 위협이나 반국가·반민족 범죄에 대한 신고 의무가 강조됐다. 기층조직 간부들에게 법 조항을 세세히 설명한 것은 주민 사회에 퍼진 개인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견제하고, 법적 구속력을 통해 감시 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육에 참여한 한 인민반장은 “법이 있다고 해도 주민 대부분은 몰랐는데, 이제는 법률 조항을 들이밀며 신고를 강요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새 제도처럼 보이지만 결국 주민끼리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주민은 처음엔 법률 교육을 통해 억울함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했으나, 해당 법률이 군중신고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주민 보호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법”이라며 반감을 드러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북한이 과거 사상 교양과 정치 선전에 의존하던 통제 방식을 넘어 법률이라는 형식을 빌려 강제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이는 내부 불만과 외부 정보 유입을 막는 기존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