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조직 개편과 명칭 변경, 역할 재조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매 정부마다 진영논리가 아닌 실무적 관점에서 논의됐지만 구체적 개편은 성사되지 못하고 미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통일부의 주요 사업인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행정안전부 및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통일부의 핵심 사업은 크게 ▲북한이탈주민 지원과 ▲통일정책 분야로 나뉜다. 이 가운데 특히 북한이탈주민 사업이 이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현재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이 4만 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더는 중앙정부 차원의 일괄적인 관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과거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동질성을 강조하는 냉전적 접근 방식을 고수해왔으나, 앞으로는 다문화·이민자의 하나로 인식하고 맞춤형 지원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의 거주 환경, 소득 규모, 가족 구성, 직업 등을 세부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가 담당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해외에 체류 중인 북한이탈주민 및 난민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전담하는 형태다.
한편 통일정책 역시 냉전시대 잔재에서 벗어나 각 부처가 자신의 고유 기능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제 더 이상 통일부가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독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남북 협상에서의 상징성과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더라도 통일부라는 이름은 유지하거나 국무총리실 산하 조직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조직개편 논의는 사실상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지속돼 왔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인수위원회는 통일부 축소를 강력히 추진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는 초기 축소 논의에서 ‘통일대박’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오히려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문재인 정부도 초기엔 조직개편을 계획했지만 최종적으로 장기적인 과제로 돌리며 후퇴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건 통일부 내부의 조직적 저항이었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사업의 이관 문제는 통일부 전체 예산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기준 통일부 예산은 총 1,535억 원으로 이 중 북한이탈주민 관련 예산은 976억 원(63.6%), 통일정책 예산은 409억 원(26.6%), 기타가 150억 원(9.8%)을 차지하고 있다. 조직 개편이 실현될 경우 통일부는 예산과 인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