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본 세계여성박물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영구 전시됐다. 28일(현지시각) 박물관에서 진행된 소녀상 ‘동마이’ 제막식엔 독일 시민과 교민 등 약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한국의 전통 상장례 의식인 ‘길베’를 재현했다. 긴 흰 무명천을 펼치고 행진하며 망자의 환생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최근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를 포함해 생존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렸다.
본 여성박물관에 설치된 소녀상은 본래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에 처음 설치됐으나, 이후 3년 넘게 창고에 방치됐다가 최근 쾰른 나치기록박물관에서 잠시 전시된 바 있다. 전시가 종료된 뒤 갈 곳을 잃은 소녀상에 본 여성박물관의 마리아네 피첸(77) 관장이 손을 내밀어 영구 설치를 결정했다.
피첸 관장은 “여성을 향한 폭력에 맞서는 것이 박물관의 주요 메시지”라며, “소녀상 설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에도 소녀상 전시를 추진했으나 당시 일본 정부의 방해로 무산됐던 경험이 있다. 이번엔 박물관이 소녀상이 놓인 부지를 사유지로 매입하면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지난 27일 “매우 유감스럽다”고 공식 반발했다.
제막식에는 마산창원진해(마창진) 시민모임, 예술가 그룹 ‘다섯 번째 목소리’ 등이 참가해 공연을 펼쳤다. 특히 행위예술가 배달래 씨는 목탄을 흩뿌리고 이를 짓밟는 몸짓으로 전쟁 피해자들의 고통과 저항을 표현했다.
한편 독일 내 소녀상 설치를 이끌어온 재독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일본 정부와 일부 독일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한정화 대표는 “현재 베를린 소녀상 박물관의 임대료조차 연말까지밖에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