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에서 복잡한 외교도구까지…역사 속 괴뢰국의 재발견
괴뢰(傀儡)는 허수아비 괴(傀)와 인형 뢰(儡)를 결합한 말로 꼭두각시를 의미한다. 정치적 자율성을 상실하고 외부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는 괴뢰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이 간접 지배를 합리화하거나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7세기 후반 신라는 삼국 통일 이후 고구려 유민의 불만을 완화하고 백제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고구려 왕족 안승을 내세워 보덕국이라는 괴뢰국을 세웠다. 20세기 들어 일본은 만주사변 이후 국제사회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를 앞세워 만주국을 수립했다. 같은 시기 나치 독일 역시 프랑스 비시 정부, 크로아티아 독립국, 노르웨이의 크비슬링 정권 등 여러 괴뢰 정권을 유럽 전역에 설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민당 정부는 인종차별정책의 일환으로 흑인 격리를 목적으로 ‘반투스탄’이라는 자치령 형식의 괴뢰국을 설립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괴뢰국의 사례는 존재한다. 튀르키예의 통제를 받는 북키프로스가 대표적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공식적으로 북키프로스를 ‘괴뢰국’이라 규정했지만, 북키프로스는 내부적으로 자체적인 선거와 정치체제를 유지하며 자율성과 종속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다. 이는 현대 국제질서에서 괴뢰국이 단순한 꼭두각시가 아니라 전략적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한편, 남한은 오랫동안 북한으로부터 ‘미제의 괴뢰’라는 표현을 들어왔으나, 최근 북한 매체에서 이러한 표현이 사라지고 있다. ‘남조선’ 대신 ‘한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공식 연설에서 ‘한국’을 언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북한의 유화적 태도로 해석하며 기대감을 나타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북한이 남한을 동족이 아닌 적대적 국가로 설정해 민족적 연대를 끊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분석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남북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