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간첩, 물 만난 고기
더불어민주당이 군의 방첩 기능을 국방부 내 다른 부서로 나누어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보 전문가들과 군 안팎에서 강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첩사 무력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공수사 역량이 심각히 약화돼 국가 안보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국방안보특위는 최근 방첩사(방첩사령부)의 ‘정보 보안’, ‘감찰’, ‘방첩’ 기능을 각각 정보본부, 감사관실, 조사본부 등으로 이관하는 구체적 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질적으로는 방첩사 해체에 준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방첩사는 2022년 11월 창설된 군의 대공수사 및 내부 보안 수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군 내 보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간첩 활동을 차단하는 핵심 기구로 평가된다. 특히 보안, 감찰, 방첩 기능은 상호 연계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기능의 분리는 곧 전체 기능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우려가 군 내부에서 제기된다.
한 군 관계자는 “감찰 과정에서 포착된 특이 동향이 대공수사로 이어지고, 수사 도중에는 보안 위반 여부도 함께 판단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절차”라며 “기능 분리는 간첩 수사를 구조적으로 막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경찰은 국정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후, 실적이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경찰이 검거한 간첩죄 피의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안보 전문가는 “경찰이 대공수사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첩사 기능마저 흩어버리면 간첩은 웃고 안보는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조치가 2023년 12월3일자 비상계엄 문건과 방첩사 연루 의혹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국방특위 소속 김도균 전 수방사령관은 “계엄의 불씨를 방지하기 위해 방첩사 해체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방첩사의 계엄 관련 역할과 대공수사권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치적 목적의 조직 해체 시도로 규정했다.
한 안보 전문가는 “계엄 문건 문제가 있었다면 관련자 문책이나 절차 정비로 접근해야지, 조직 자체를 없애는 것은 명백한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확산되자 “특위 세미나에서 제기된 개인 의견일 뿐 당 차원의 공약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으나, 이미 특정 이관 방안까지 논의된 정황에서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대공수사 기능 이관, 경찰의 무능, 그리고 방첩사 기능 분산 추진이라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대공수사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반면 간첩과 반국가세력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