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선적된 핵무기 제조용 장비가 위조된 상품 코드를 통해 북한으로 불법 수출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워싱턴DC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경 스페인에서 출발한 진공로가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이동한 정황이 드러났다. 진공로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금속 우라늄 용융 작업에 사용될 수 있는 장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으로의 수출이 금지돼 있다.
추적 결과, 스페인에서 선적된 초기 단계에서는 수출입 상품 코드와 설명이 정상적으로 기재돼 있었다. 그러나 멕시코로 이동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거치는 과정에서 상품 코드는 단순히 ‘기계류’로 변경됐다. 이후 중국으로 수출되면서 관세 면제를 위한 ‘금속 폐기물’로 둔갑했으며, 최종적으로 북한으로 반입됐다.
보고서 저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장비 확보에 막대한 자원과 계획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북한이 국제 무역망을 이용해 전략 물자를 조달하는 방식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사례는 국제 사회의 제재망을 뚫고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으로, 관련국들의 보다 강화된 수출 통제와 감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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