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의 비극은 북한군의 남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수많은 민간인이 국가권력에 의해 희생된 어두운 역사가 존재한다.
대전 골령골은 그 대표적인 현장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6~7월,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민간인 등이 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조사 결과 최소 수천 명 규모의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으며, 학계에서는 1,500명에서 3,000명 이상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특히 희생자 가운데는 재판 절차조차 거치지 못한 민간인과 청소년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한다. 오랜 세월 이 사건은 냉전과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 공개와 국내 연구자들의 조사, 유해 발굴 작업이 이어지면서 비로소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골령골은 이제 단순한 학살지가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증언하는 역사 현장이다. 최근 정부와 대전시는 유해 발굴과 추모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일대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은 국가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기록하는 일은 어느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역사 정의의 문제다.
골령골의 진실이 늦게나마 밝혀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진상규명과 기록, 추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역사는 기억될 때 비로소 반복되지 않는다. 골령골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