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장면이 북한 권력 승계의 방향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 김정은의 장녀 김주애가 김정은과 이설주 사이 정중앙에 배치됐다. 금수산태양궁전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해가 안치된 체제 정통성의 상징 공간이다. 최고지도자가 서야 할 중앙 자리에 김주애를 세운 연출은 단순한 의전이 아니라 후계 구도를 선대에 보고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번 참배는 2023년 이후 중단됐던 신년 금수산 참배가 재개된 자리였다. 김주애가 공개적으로 금수산을 참배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이 2026년 초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당 제9차 대회는 2021년 제8차 대회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정치 이벤트로, 기존 5개년 계획을 마무리하고 향후 국가 노선을 제시하는 분기점이다. 이 무대에서 김주애의 지위 변화가 제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북한 권력 승계는 통상 후계 내정과 수업, 대내 공식화, 대외 공식화의 3단계를 거친다. 현재 김주애는 후계 수업 단계에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 수년간 공개 활동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참관 등 군사 행사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경제와 민생, 당 행사로 활동 범위가 확대됐다. 의전 서열에서도 김정은 다음 위치에 배치되는 장면이 반복되며 최고위 간부들의 예우 방식도 달라졌다.
호칭의 변화 역시 주목된다. 북한 매체는 김주애에게 최고급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과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에게만 적용되던 표현과 궤를 같이한다. 일부 보도에서는 김정은과 김주애를 함께 ‘위대한 분들’로 병기하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는 단순한 가족 노출이 아니라 정치적 지위를 암시하는 언어 선택으로 읽힌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노동당 제9차 대회에서 김주애가 ‘당 중앙위원회 제1서기’로 제도화되는 경우다. 이 직책은 총서기의 대리인으로 규정돼 있으며, 당과 군을 아우르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해당 직위는 제8차 대회에서 신설됐으나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다. 김주애의 연령과 여성 지도자에 대한 내부 수용성을 고려해, 선출은 하되 공개를 유예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선으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선출이 거론된다. 김정은이 2010년 동일 직위를 통해 후계자 지위를 공식화한 전례를 따르는 경로다.
변수도 존재한다. 김주애의 연령은 만 13세 수준으로, 당 규약상 입당 연령과의 괴리가 있다. 또한 북한 사회의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10대 여성 후계에 대한 내부 저항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수산 참배의 연출, 반복되는 의전 격상, 호칭 변화, 정보기관의 평가 전환을 종합하면 제9차 대회를 전후로 제도적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과정은 한반도 안보에도 함의를 던진다. 북한은 과거 권력 승계 국면마다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 긴장을 고조시킨 전례가 있다. 후계 구도의 제도화가 진행될수록 군사적 과시와 강경 노선이 병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수산 정중앙에 선 김주애의 위치는 의전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승계의 나침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은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의 최근 연구를 토대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