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일상 언어와 표현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 내부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뉴욕포스트(NYP)는 1일(현지시간) BBC가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을 입수해 조사한 결과,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에서 주민들의 언어 사용을 철저히 검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한국식 표현인 ‘오빠’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동지’로 수정되고, “친형제나 친척 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뜬다.
또 ‘남한’이라는 표현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괴뢰지역’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돼 있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 인형’을 뜻하는 한자어로,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하할 때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북한 당국은 스마트폰 내에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고, 5분마다 은밀하게 화면을 캡처해 당국만 접근 가능한 비밀 폴더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감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BC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북한 정권이 얼마나 철저히 주민들의 정보를 검열하고 통제하는지 드러난다고 밝혔다.
북한이 2023년 1월 18일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주민들의 일상적인 말투와 표현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법이다. 북한 당국은 이 법을 통해 한국식 말투뿐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모든 표현과 지방 사투리 사용까지 처벌하고 있다. 이 법은 ‘괴뢰말찌꺼기’라는 표현을 쓰며 주민들이 북한 정권에서 인정한 언어만 사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따라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이를 전파할 경우 최대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이미 이 법에 따라 처벌받은 주민들이 다수 존재하며, 일부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언어까지 통제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커지는 데 따른 체제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틴 윌리엄스 선임연구원은 “스마트폰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세뇌하는 주요한 도구가 됐다”며 북한 정권이 주민 통제를 위해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다. 북한 인권단체들은 “언어 사용에 대한 처벌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잔혹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