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호주, 필리핀, 미국령 괌 등 동북아 미군기지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형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 내 고정 배치보다 북핵 억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7일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25 세종연구소 워크숍’에서 “경기도 오산이나 평택 등 한국 내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고정 배치하는 것보다 동북아 인근 미군기지들을 네트워크로 연계하여 실제 배치 장소를 북한이 알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 김정은에게 가장 큰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이 ‘동북아 내 허브기지들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전술핵을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중국과 북한에 상당한 억제력이 될 것”이라며,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에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해상 기반 순환 배치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 내 강한 반핵 정서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할 때 일본과 대만은 현실적인 배치 후보지가 아니라며, “오산이나 평택 기지에 전술핵을 고정 배치하면 사드 배치 때보다 더 큰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며 “결국 현실적으로 전술핵 순환 배치가 가능한 국가는 한국, 호주, 필리핀, 괌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본 핵무장 필요성 제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의 핵전력을 고려할 때 한국이 비핵국가로 남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2030년까지 1000개, 2035년까지 1500개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이 핵무장을 해야 동북아 핵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SSN(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대만 유사시 일본이 SSN으로 미국을 지원할 수 있어 미국의 대중 견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북핵 해결 난관 지적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전략 경쟁과 북러·북중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미국이 바라는 북핵 문제 해결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 완화 또는 핵보유국 묵인 등 기존의 접근 방식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압박하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대남 핵우산 철수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제2기 출범 이후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 제안이 나올 정도라면 한반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