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타가와상 수상으로 일본 문학사에 이름을 새긴 거장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던 재일동포 소설가 이회성 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9세.
이회성 씨는 이달 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1935년 일본의 식민지였던 사할린에서 태어난 그는, 1947년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로 이주해 정착했다. 와세다대학교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한 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조총련과의 결별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들어선 이회성 씨는 1969년 군상(群像)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1972년 발표한 작품 다듬이질하는 여인으로 제66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면서 당시 외국인 작가로는 처음으로 일본 문학사에 큰 획을 그었다.
아쿠타가와상은 일본 문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로, 일본 대표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리기 위해 1935년 제정되었다.
이회성 씨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의 고뇌를 진솔하고 심도 있게 다루며, 재일동포 사회의 목소리를 일본 문학계에 전달한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문학은 일본 내외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문화와 경계를 넘어선 문학의 힘을 증명했다.
그의 대표작들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인간의 보편적 고뇌를 조화롭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회성 씨의 업적은 일본 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도 깊은 흔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