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했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시설의 정확한 위치와 방문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해 9월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달 29일 HEU 시설 두 곳을 이례적으로 노출한 것은 대미 핵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3일 “정밀 분석 중이나 초기 판단은 해당 시설이 평양 인근 강선이 아니라 영변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시설 내부에 우라늄을 농축시키는 원심분리기 등 장비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은 지난해 9월 공개된 핵시설과 유사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설이 노후된 점 등을 고려해 영변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제3의 핵시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이 상대적으로 포착이 어려운 HEU 생산 설비를 넉 달 새 두 차례나 공개한 것은 향후 북미 협상에서 핵 동결 및 군축을 요구하기 위한 ‘몸값 올리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플루토늄 추출 공정은 대규모 원자로 및 재처리 시설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한미 정찰자산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