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를 맞아 조총련(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을 대대적으로 부각하며 이들의 충성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양측의 관계가 미묘한 변화를 겪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통일 개념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조총련 내부에서 혼란과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조총련과 김정은의 밀착 행보
지난 1월 1일, 평양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에서 열린 새해맞이 공연에는 일본 조총련 소속 재일 조선학생소년예술단이 참석했다. 이들은 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공연을 펼치며 감격의 눈물을 보였고, 김 위원장은 예술단 단장을 격려하며 “애국 위업의 바통을 이어나갈 인재들을 양성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이들을 노동당 본부청사로 초대해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특별한 환대를 보였다.
조총련은 북한 체제의 정당성을 대변하며 오랜 기간 북한과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1960년대 전성기에는 약 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며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북한의 북송 사업에도 적극 관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조총련은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왔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여파
그러나 2023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과 민족 개념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언은 통일을 염원하던 조총련 내부에 큰 충격을 주었다. 조총련은 그동안 ‘자주적 평화통일’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나, 북한의 새로운 노선은 이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총련 소속 학생들은 북한 방문 시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강하게 표현해왔으며, 북한도 이를 의식해 조총련 대표단을 초청하거나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선언으로 인해 조총련의 활동 방향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미래의 관건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일방적인 지침에 조총련이 이전처럼 순응할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한다. 김정은의 새 노선이 조총련 내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총련의 결성 70주년을 맞이한 올해, 북한과 조총련의 관계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조총련을 부각하며 대외적으로 충성심을 강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신뢰 관계가 흔들릴 경우 양측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통일 대신 적대의 길을 택한 북한의 선택이 조총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들의 향방이 주목된다.